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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 습작

11월엔 완독한 책 한 권이 없다. 아마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짧은 글들을 읽고 써서 그런 것 같다. ㄱ선생님의 소설 수업은 재작년에 처음 들은 이후로 이번이 네 번째다. 

내가 들은 네번의 수업 모두 첫 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 방법도 항상 비슷했다. 각자가 보낸 최근 일주일에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나에게 특별했던 일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 딱딱한 인적사항이 아니라 말하자면 '근황토크'를 하는 건데, 확실히 재미도 있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진다. 앞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본편에 앞선 연습게임 같기도 하다. 글쓰기는 어쨌든 편집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일어난 많은 일 중에 내 기억에 가장 남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그중에 이 낯선 사람들한테 해도 괜찮을 이야기는 뭔지, 처음 들어도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건 또 그 와중에 어떤 건지 고민하는 것처럼.

네 번의 수업 중 이번 수업방식은 달랐다. 전에는 각자 쓰고 싶은 걸 자유롭게 썼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이 미리 정해놓은 몇 가지 '설정 종이'들 중 무작위로 뽑아 거기에 적힌 걸 발전시켜서 쓰는 것.

느슨한 청탁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렇게 제약이 있는 글쓰기는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다. 장점은 우선 미리 정해진 게 있다 보니 좀 힘을 빼고 쓸 수 있다는 것. 단점은 그럼에도, 쓰다 보면 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나의 버릇 같은 게 결국 드러나서 괴롭다는 것?

아래에 내가 뽑은 한 줄짜리 설정과, 그걸로 쓴 짧은 소설도 올렸다. 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붙잡고 고민하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짧게 여러번 써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았다. 첫 수업 때 나눈 근황토크처럼, 그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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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태로 도서관에 고립된 사서 http://simp.ly/publish/v4MYry